골프존과 골프장 M&A용 블라인드 PEF 계획…골드만삭스·론스타 전례 벤치마킹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박경담 기자 |입력 : 2013.05.09 09:32
국내 PEF(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가 골프장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는 블라인드형 사모펀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 모델은 10년 전 일본 골프 산업의 지형을 바꾼 것이어서 국내에서도 통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스톤은 최근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20,150원 상승150 0.8%)과 초기 단계의 ‘골프장 투자 PEF’ 구성 계획을 세우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에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급락하고 덩달아 골프장 매물이 늘어나자 이를 저가에 사들여 산업을 대중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케이스톤의 청사진은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 1위인 상장사, 골프존과 협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골프존은 20여개 업체가 난립한 국내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기업.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초 출시한 ‘Real형 모델’이 89%를 차지한 후 지난해 출시된 ‘Vision모델’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91.4%로 증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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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은 시뮬레이터 제조로 성장하면서 스크린골프 사업을 병행해 몸집을 키웠고, 지난 2011년 상반기에 IPO(기업공개)를 성공하면서 실물 골프장 투자로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골프존은 IPO로 시장에서 1700억여 원을 거둬들였고, 이 자금을 기반으로 계열사인 골프존카운티를 통해 골프장 경영권 인수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한전선그룹으로부터 선운산CC를 인수했고, 동양레저 소유 웨스트파인 CC인수도 추진한 바 있다.
케이스톤과 골프존의 협업은 골프 산업의 대중화라는 공동 지향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EF 운용사(GP)인 케이스톤은 골프 문화사업의 확대를 목표로 하는 골프존의 니즈를 파악하고, 일본식 골프장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골프 산업계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에는 120여 개 골프장을 가진 PGM홀딩스와 130여 개를 가진 아코디아가 매물로 나오고, 이를 각각 골드만삭스와 론스타가 사들이면서 전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일본 골프 산업에 등장한 외국자본은 각 골프클럽의 백오피스를 하나로 통합하고, 전산회계 처리를 선진화하면서 산업의 본질까지 바꿔놓았다. 사업의 비용을 줄여 골프 코스 이용료를 합리화하면서 이 산업을 ‘부자들의 놀이’에서 ‘대중의 스포츠’로 변화시킨 것이다.
케이스톤은 2011년 출범한 신생 운용사로 지난해 중순 IBK투자증권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자산 패키지 모델을 인수하면서 일약 시장에서 주목받는 하우스가 됐다. 금호고속 지분 100%와 대우건설 지분 12.3%,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 등을 사모펀드를 구성해 95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첫 거래로 대형 홈런을 친 것이다. 유현갑 케이스톤 대표는 조흥은행 IB부서와 칸서스 등을 거친 인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유현갑 대표는 금호 패키지 중 서울고속터미널 지분을 최근 신세계그룹에 매각한 후 두 번째 현안으로 골프장 투자 PEF 구성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관계자는 “케이스톤과 골프존의 계획이 최근 펀딩 단계에서 공제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연기금 등의 반응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있어 성사가 긍정적이진 않지만 기획 자체는 흥미롭다”고 말했다.